영상 정리 · Tech Bridge
42분 강연을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 읽는 글
이 강연에는 재미있는 장치가 하나 있다. 강연 원고 자체가 강연이 주장하는 방법으로 만들어졌다.
발표자는 무대에 서기 5일 전에 "이 강연에 스피노자를 넣어야겠다"고 정했다. 그리고 자기 AI에게 시켰다. AI는 스피노자 전기 세 권(약 1,500쪽)을 구해 밤새 다 읽고, 연표를 만들고, 세 저자가 서로 어긋나는 지점을 골라내고, 무대에서 말하기 좋은 장면 열 개를 순위 매겨 내놓았다. 아침에 발표자는 그걸 다듬었다.
그러니까 이 글이 앞으로 설명할 "칼에 찢긴 외투" 같은 장면들은, 강연이 주장하는 기계가 실제로 뽑아낸 결과물이다. 주장과 증거가 같은 물건인 셈이다.
이 글은 강연의 순서를 그대로 따라간다. 낯선 말이 나오면 그 자리에서 풀고 넘어간다.
이 세 개만 알면 나머지는 다 따라온다. 이미 아는 것이면 1장으로 건너뛰어도 된다.
챗봇은 물으면 답한다. 그게 전부다. 대답이 끝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에이전트(agent)는 답하는 대신 행동한다. 파일을 열고, 검색하고, 프로그램을 돌리고, 결과를 보고 다음 수를 정하고, 다시 돌린다. 사람이 옆에서 지켜보지 않아도 혼자 여러 단계를 밟아 일을 끝낸다.
차이를 한 문장으로 하면 이렇다. 챗봇에게 "이 폴더 정리해줘"라고 하면 정리하는 방법을 설명해 준다. 에이전트에게 같은 말을 하면 폴더가 정리되어 있다.
이 강연 전체가 이 차이 위에 서 있다.
토큰(token)은 AI가 글을 잘라 세는 단위다. 대략 짧은 단어 하나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한국어는 좀 더 잘게 쪼개진다.
컨텍스트 윈도우(context window)는 AI가 한 번에 눈앞에 펼쳐 놓을 수 있는 양이다. 우리말로는 "맥락 창"인데, 그냥 책상 크기라고 생각하는 편이 정확하다.
책상이 크면 자료를 여러 개 펼쳐 놓고 비교하며 일할 수 있다. 책상이 작으면 하나 보려고 다른 걸 치워야 한다. 치운 건 잊는다. 이게 핵심이다 — 컨텍스트 윈도우 밖으로 나간 내용은 AI에게 존재하지 않는다.
요즘 좋은 모델의 책상은 100만 토큰쯤 된다. 종이로 치면 약 1,000쪽이다.
마크다운(Markdown)이라는 말이 계속 나오는데, 프로그래밍 언어가 아니다. 평범한 글에 기호 몇 개를 붙인 것이다.
#를 붙이면 제목이 된다-를 붙이면 목록이 된다**별표 두 개**로 감싸면 굵은 글씨가 된다끝이다. 배우는 데 3분 걸린다. 메모장으로 쓸 수 있고, 사람이 읽어도 그냥 읽힌다.
강연에서 "마크다운 파일 22만 개"라는 말이 나오는데, 글 22만 쪽이라는 뜻이지 코드 22만 줄이 아니다. 이 구분이 나중에 아주 중요해진다.
1656년 7월 27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물세 살 청년이 회당(유대교 예배당) 한가운데 서 있다. 이름은 바뤼흐 스피노자. 스페인·포르투갈에서 종교 박해를 피해 건너온 유대인 공동체의 일원이다. 서로 다 아는, 아주 촘촘하게 얽힌 사회다.
원로들이 그를 향해 저주를 읽는다. 그 공동체가 만들어낸 것 중 가장 험한 문장이었다. 낮에도 밤에도, 누울 때도 일어설 때도 저주받으라는 말이 이어진다. 그리고 조항들이 붙는다.
이걸 파문(破門)이라고 한다. 종교 공동체가 구성원을 쫓아내는 처분인데, 당시 이 사회에서는 단순히 교회에서 쫓겨나는 것이 아니었다. 일자리, 가족, 거래처, 말 붙일 사람까지 전부 사라진다. 사회적으로 존재를 지우는 일이다.
죄목은 "사악한 의견"이었다. 다시 말해 금지된 생각을 입 밖에 낸 것이 죄였다.
같은 세기에 그 공동체가 내린 파문은 약 40건이었다. 그런데 스피노자의 것만 다른 점이 하나 있다.
"뉘우치면 풀어준다"는 조항이 없다.
나머지 39건에는 다 있었다. 스피노자 것에만 없다. 그래서 이 파문은 해제된 적이 없고, 형식상으로는 오늘까지도 유효하다. 370년째다.
여기가 강연에서 가장 중요하게 쓰이는 대목이다.
공동체는 그를 쫓아내기 전에 먼저 돈으로 사려고 했다. 연 1,000길더를 주겠다고 했다. 당시로선 큰돈이다. 조건은 두 개였다 — 가끔 회당에 얼굴을 비추고, 입을 다물 것.
발표자는 이걸 창업자의 말로 바꿔 준다. "만들기를 그만두는 대가로 월급을 주겠다"는 제안이었다고.
스피노자는 거절했다. 만 길더라도 안 한다고 했다. 편안함이 아니라 진실을 원한다는 이유였다.
파문 직전, 한 광신도가 칼을 들고 그를 덮쳤다. 칼날이 외투를 찢고 지나갔고 몸은 비껴갔다.
스피노자는 그 외투를 꿰매지 않고 평생 간직했다. 생각이라는 것에 값이 얼마나 붙는지 잊지 않으려고.
17세기에 가장 철저히 취소당한 남자는 무엇을 했는가.
렌즈를 갈았다.
낮에는 광학 기구를 만들었다. 사람 눈이 닿지 못하는 곳까지 보게 해주는 도구다. 솜씨가 워낙 좋아서 유럽 최고의 과학자들이 그의 렌즈를 찾았다.
밤에는 책을 썼다. 살아 있는 동안에는 도저히 낼 수 없을 만큼 위험한 책이었다.
마흔넷에 죽었다. 남의 렌즈를 갈면서 마신 유리 가루로 폐가 망가진 것이다. 원고는 책상 서랍에 잠겨 있었다. 마지막 지시는 그 책상을 운하 배에 실어 암스테르담의 출판업자에게 보내라는 것이었다.
그 원고는 유고집으로 나왔고 유럽 전역에서 즉시 주목받았으며, 계몽주의를 만든 철학자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그가 죽고 방을 정리했을 때 나온 것 전부다.
가진 게 거의 없었다. 대신 그가 만든 것을 누구도 통제하지 못했다. 강연은 이 대비를 끝까지 끌고 간다.
1929년, 뉴욕의 한 랍비가 아인슈타인에게 전보를 보냈다. "신을 믿습니까? 50단어로 답하시오."
아인슈타인은 25단어로 답했다. 세상의 질서 있는 조화 속에 자신을 드러내는 스피노자의 신을 믿는다고, 인간의 운명에 참견하는 신을 믿는 것은 아니라고.
살아 있는 가장 유명한 과학자가 가장 큰 질문을 받았을 때, 그가 가리킨 방향이 스피노자였다.
스피노자는 자기를 계속 움직이게 한 엔진에 이름을 붙였다. 코나투스(conatus)다.
우리말로 옮기면 "계속하려는 힘" 정도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이 자기를 유지하려 하고, 나아가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넓히려 하는 충동을 말한다.
발표자가 강조하는 건 여기다. 코나투스는 당신의 이력서도, 직함도, 직장도 아니다. 그 밑에서 계속 밀어대는 힘 자체다.
그리고 스피노자는 이 개념에서 감정 두 개를 정의했다. 이것이 4장과 13장에서 다시 쓰이니 여기서 잡아 두자.
행위력이란 "내가 세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도"다. 일요일 밤에 이유 없이 무거운 기분이 든다면, 스피노자식으로는 그게 슬픔이다. 내가 세상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들고 있다는 감각.
사람 하나를 지워버릴 만큼 위험했던 그 생각이 무엇이었나.
"신은 왕좌에 앉은 임금이 아니다."
스피노자는 신이 저 위 어딘가에 따로 앉아 세상을 내려다보며 상벌을 주는 존재가 아니라고 봤다. 신은 존재하는 모든 것에 퍼져 있다. 그가 쓴 표현이 "신 또는 자연"이다. 둘이 같은 것이라는 뜻이다.
당시 사람들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신을 찾고 있었다. 스피노자는 말했다. 찾을 필요 없다. 이미 여기 다 퍼져 있다.
지금 사람들은 AGI를 기다리고 있다.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범용 인공지능) — 사람이 하는 지적인 일을 전부 할 수 있는 AI를 말한다. 지금의 AI는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이 갈리는데, 그 경계가 사라진 상태를 가리킨다.
사람들은 이걸 사건으로 기다린다. 어느 날 어느 회사가 발표를 하고, 어떤 문턱을 넘고, 하늘 색깔이 바뀌는 날이 온다고 생각한다. 데이터센터 안에 신이 하나 태어나는 그림이다.
발표자는 여기에 스피노자의 이단을 400년 만에 다시 얹는다.
다들 하늘을 보고 있는데, 찾는 것은 이미 방 안에 있다.
그리고 그것은 신처럼 안 생겼다고 말한다. 그것은 설비처럼 생겼다. 터미널 창 하나, 글 파일이 든 폴더 하나, 내가 자는 동안 끝나 있는 작업 하나. 딱 스피노자가 찾으라고 한 자리다 — 도처에 퍼진 형태로.
AGI는 사건으로 오지 않는다. 흩어져서, 당신의 자료 위에서 당신의 일을 하는 당신의 에이전트로 온다.
발표자는 이걸 개인 AGI(personal AGI)라고 부른다. 모두를 위한 범용 인공지능이 아니라, 한 사람을 위한 범용 지능이라는 뜻이다.
이 말이 마케팅 용어로 오염되어 있어서, 그는 아닌 것부터 못 박는다.
이것들의 공통점은 빌린 것이라는 점이다. 그가 "내가 소유하지 못한 회사의 AGI"라고 부르는 물건이다. 특징이 셋 있다.
빌린 쪽은 회사가 새 버전을 내놓을 때만 좋아진다. 나는 기다리는 입장이다.
소유한 쪽은 내가 쓰는 날마다 좋아진다. 하루 쓸 때마다 내 삶을 하루치 더 알게 되기 때문이다.
발표자의 정리는 이렇다. 하나는 소비하는 제품이고, 다른 하나는 쌓아 올리는 자산이다.
그리고 덧붙인다. 세상에 두 번째 것을 가진 사람은 아직 거의 없는데, 강연장에 앉은 사람은 누구나 다음 주 월요일까지 가질 수 있다고.
2013년, 그는 YC의 파트너였고 밤에는 사내 소셜네트워크(Bookface)를 만들고 있었다. 하루에 쓸모 있는 코드 14줄을 썼다.
여기서 그는 재미있는 각주를 단다. 프로그래머 생산성을 다룬 연구들을 보면 하루 14줄이 정확히 중앙값이라고. 즉 그는 게으른 게 아니라 전력을 다한 평범한 프로그래머였다.
2026년 지금, 그는 YC를 전업으로 운영한다. 뇌도 같고, 하루도 24시간이고, 게다가 5시에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한다. 그런데 산출량을 계산해 보니 2013년의 약 400배였다.
400배라는 말을 듣는 순간 의심이 드는 게 정상이다. 발표자도 안다. 그래서 누가 반박하기 전에 자기가 먼저 깎는다.
그렇게 다 깎고 나면, 절대 바닥이 8배다. 그리고 범위의 가운데쯤에서는 그 열 배쯤 된다.
이 태도 자체가 배울 점이다. 숫자를 주장할 때는 가장 불리한 가정을 먼저 넣어 보고, 그래도 남는 값을 말하는 것. 그러면 상대가 깎을 자리가 없어진다.
그는 이 배수가 코딩에만 붙는다고 오해할까 봐 못 박는다. 디자인, 제품 기획, 성장 담당 — 머리로 하는 모든 일에 붙는다.
YC는 투자한 회사 수백 곳을 한꺼번에 관찰할 수 있는 자리에 있다.
1년 반 전 W25 배치에서, 회사의 4분의 1이 코드베이스의 95%를 AI가 생성한 상태였다.
그리고 그 기수는 YC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가장 수익성 높은 기수 중 하나가 되는 중이다.
이 대목이 이 강연에서 가장 정직한 부분이다.
나는 상관관계가 뭔지 안다. 그러니 조심해서 말하겠다.
상관관계란 두 가지가 같이 움직인다는 뜻이고, 인과관계는 하나가 다른 하나를 일으켰다는 뜻이다. 둘은 완전히 다르다. AI를 많이 쓴 회사들이 빨리 컸다고 해서, AI 때문에 빨리 컸다고 말할 수는 없다. 원래 실력 있는 팀이 새 도구도 빨리 집었을 수도 있다.
그는 인과를 증명할 수 없다고 명시한다. 대신 관찰만 말한다.
가장 빨리 크는 창업자들은 AI를 자동완성이 아니라 인력으로 다룬다.
같은 클로드를 쓰는데 2배인 사람이 있고 100배인 사람이 있다.
가중치도 같고, 책상 크기도 같고, 접속 방식도 같다. (가중치는 AI 모델의 내용물, 즉 학습으로 정해진 숫자 덩어리다. 같은 모델을 쓴다는 뜻이다.)
그런데 결과가 50배 차이 난다. 차이는 모델에 있지 않다.
차이는 세 가지에 있다.
강연의 나머지 전부가 이 세 줄을 푸는 데 쓰인다.
기억하는가. 기쁨은 행위력이 커지는 느낌이다.
발표자는 말한다. 에이전트가 일주일치 일을 오후 반나절에 끝내는 걸 처음 봤을 때, 그건 편리함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기쁨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이건 시적인 표현이 아니라 정확한 용어라고 덧붙인다. 실제로 당신의 행위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코나투스가 커진 것이다.
반대쪽도 마찬가지다. 일요일 밤의 그 특유의 무거움, 세상에 대한 내 영향력이 줄어드는 느낌, 조용히 마음이 떠나 있는 상태 — 그게 슬픔이다.
이 슬픔 이야기는 13장에서 정치 문제로 돌아온다. 기억해 두자.
발표자는 앞으로 10년을 한 줄짜리 식으로 정리한다.
빌린 것 : 프런티어 모델
+ 소유한 것 : 나의 맥락
+ 잇는 것 : 하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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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빠른 나처럼 행동하는 에이전트
세 조각을 하나씩 풀자.
프런티어 모델(frontier model)은 그때그때 성능이 가장 앞선 AI 모델을 말한다. GPT, 클로드, 제미나이 같은 것들이다.
특징이 둘이다. 빌리는 것이고, 흔한 물건이다. 누구나 돈만 내면 같은 것을 쓴다. 그리고 분기마다 값이 싸진다.
즉 여기서는 남과 차이가 벌어지지 않는다.
맥락(context)은 AI에게 주는 배경 정보다.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누구와 일하는지, 지난번에 무슨 결정을 왜 내렸는지.
이건 내 것이고, 이상적으로는 지구상에 나만 가진 것이다.
하네스(harness)는 원래 말에게 씌우는 마구(馬具)를 뜻한다. 말의 힘을 마차에 전달하는 장치다.
AI에서 하네스는 모델과 내 자료·내 도구를 이어 붙여 실제로 일이 되게 만드는 껍데기를 말한다. 모델 혼자서는 파일을 열 수도, 프로그램을 돌릴 수도 없다. 하네스가 그걸 시켜준다.
클로드 코드(Claude Code), 코덱스(Codex) 같은 것들이 하네스다.
모델의 품질은 빌리는 것이고, 두뇌는 소유하는 것이다.
강연은 여기에 비유 셋을 겹쳐 놓는다.
YC의 창업자 폴 그레이엄이 남긴 유명한 조언이 둘 있다.
발표자는 조언 자체는 그대로라고 말한다. 바뀐 건 두 번째 조언에 붙는 배수다.
에이전트 덕분에 이제 창업자 한 명이 규모가 안 나오는 일을 규모 있게 할 수 있다. 조언은 안 변했는데, 스타트업의 물리 법칙이 변했다.
여기서부터 실제 기계 이야기다. 발표자는 자기 삶을 굴리는 기계를 그대로 보여주겠다고 말한다.
사람이 한 번에 머리에 담을 수 있는 것은 일곱 개 안팎이다. 인지심리학에서 가장 유명한 논문의 결론이고, "7 플러스마이너스 2"라고 부른다.
전화번호가 일곱 자리인 이유가 이것이다. 장 볼 목록의 여덟 번째 항목을 꼭 잊어버리는 이유도 이것이다.
그리고 여기가 이 장의 핵심이다.
인류가 만든 모든 제도는 이 한계를 메우려는 보철이다.
전부 "사람 머리에 일곱 개밖에 안 들어간다"는 사실을 우회하려고 만든 장치다. 이 관점은 한 번 얻으면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에이전트의 책상은 100만 토큰, 약 1,000쪽이다. 해리 포터 세 권을 동시에 펼쳐 놓은 셈이다.
그리고 그 안 어디에 있는 바늘이든 찾아내고, 세 권을 가로질러 몇 초 만에 종합한다.
해리 포터 세 권 대 전화번호 일곱 자리. 이게 아직 AGI는 아닐지 몰라도, 이미 다른 작동 체계다.
그런데 세상 거의 모든 사람이 여전히 일곱 자리짜리 뇌를 전제로 만든 조직도와 일하는 방식으로 살고 있다.
발표자는 곧바로 숫자를 반대 방향으로 돌린다.
1,000쪽은 많다. 하지만 아주 적기도 하다. 내 인생은 책 세 권이 아니라 도서관이기 때문이다.
내가 보낸 모든 메일. 모든 회의. 모든 결정과 그 결정을 내린 이유. 아는 모든 사람과 나눈 모든 대화. 이걸 다 펼칠 수 있는 책상은 없다.
어느 세 권을 책상에 펼칠지, 누가 정하는가.
이 한 줄이 강연 전체의 중심축이다. 앞서 나온 "2배인 사람과 100배인 사람"의 차이가 정확히 여기서 갈린다.
에이전트가 천재가 되느냐 금붕어가 되느냐는 모델이 아니라 이 선택이 정한다.
둘 다 있어야 한다. 도서관만 있으면 못 찾고, 사서만 있으면 꺼낼 게 없다.
그가 말하는 효과는 한 줄이다.
이미 답한 질문을 두 번 묻지 않는다.
구조도보다 이게 더 중요하다며 그는 하루를 보여준다.
자는 동안 — 에이전트가 받은편지함을 처리한다. 분류가 아니라 처리다. 어떤 메일이 곤경에 빠진 창업자에게서 온 것인지, 어떤 게 뭔가 팔려는 사람인지, 어떤 게 끝내 구독 해지를 안 한 17개 메일링 리스트에서 온 것인지 구분한다.
중요한 것들은 도서관에서 맥락을 끌어와 붙여 놓는다 — 이 사람이 누구인지, 나와 어떤 역사가 있는지, 쓴 글 밑에서 진짜 묻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게 나에게 무슨 뜻인지.
아침에 — 메일 더미가 아니라 브리핑을 받는다.
회의 전마다 — 사전 자료가 준비되어 있다. 누구를 만나는지, 지난번에 무슨 얘기를 했는지, 그 뒤로 뭐가 바뀌었는지,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
자정에 궁금했던 것 — 아침이면 조사가 끝나 있다.
세상에 뭔가 일어나면 — 커피를 마시기 전에 이미 읽고, 내가 신경 쓰는 것들과 대조해서, 정리해 놓았다.
이걸 그는 이렇게 요약한다. 비서와 동료의 차이라고. 내 에이전트가 무슨 일을 하든, 내가 아는 것 전부를 알면서 한다.
발표자는 "스킬 파일"이라는 말을 계속 쓰다가, 실물을 보여준다. 얼마나 마법이 아닌지 직접 보라는 것이다.
내용을 우리말로 옮기면 대략 이렇다.
회의 녹음 처리 회의 녹음이 도착하면: 1. 누가 말했는지 표시하면서 받아쓴다 2. 그 안에서 약속을 뽑는다 — 무엇을, 누가, 언제까지 3. 언급된 사람 이름을 전부 도서관과 대조해서 그 사람 페이지에 링크를 건다 4. 요약은 여기, 전체 받아쓰기는 저기에 저장한다 5. 우리가 이미 사실로 믿고 있는 것과 어긋나는 내용이 있으면 표시한다. 덮어쓰지 말고.
끝이다. 이게 스킬 파일이다. 영어로 쓴 글 한 쪽.
발표자가 주는 판별법이 있고, 이건 실제로 써먹을 수 있다.
똑똑한 인턴이 이 글을 읽고 따라 할 수 있으면, 에이전트도 돌릴 수 있다.
거꾸로도 성립한다. 인턴이 읽고 "이건 무슨 말이지?" 하는 부분이 있으면, 에이전트도 거기서 헤맨다. 그러면 그 부분을 더 자세히 쓰면 된다.
이 테스트 하나만 알아도 스킬 파일을 쓸 수 있다.
발표자는 이 말로 욕을 많이 먹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맞다고 말한다. 무슨 뜻인지 제대로 풀어 보자.
프로그래밍이란 원래 이런 것이다.
그동안 1번은 반드시 프로그래밍 언어여야 했다. 사람 말은 너무 모호해서 기계가 못 알아들었기 때문이다.
언어모델이 그 자리를 대신하면서 이게 바뀌었다.
그래서 발표자의 문장은 이렇게 된다.
명확한 지시를 글로 쓸 수 있으면, 당신은 프로그래머다. 컴파일러가 언어모델이다.
이게 말장난이 아니라는 증거로 그는 YC 내부 사례를 든다.
미디어 담당, 행사 담당, 재무 담당 — 평생 터미널 창을 한 번도 열어본 적 없는 사람들이 스킬 파일과 정기 작업을 만들고 있다.
재무 담당 한 명은 엑셀 워크북 약 100개를 앱 하나로 합쳤다. 사내 에이전트를 써서 직접 만들었다.
발표자의 표현이 좋다. 그 사람은 프로그래머가 아니다. 에이전트를 관리하는 관리자다. 그리고 곧 모두가 그렇게 된다.
이 비유가 이해를 크게 돕는다.
그래서 회사를 세우기 전에, 공동창업자·로고·투자설명서가 있기 전에, 이미 조직을 운영할 수 있다. 나 하나 + 내 에이전트들로 된 조직이다.
당신이 창업자이자 관리층 전부이고, 밑에 몇 명을 둘지는 당신이 정한다.
발표자가 드는 예 둘이다. (매출 숫자는 그의 주장이다.)
1인당 매출이 이 수준인 산업은 없었다. 소프트웨어에도, 석유에도, 철도에도 없었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리고 이 회사들은 다 한두 명이 위에서 설명한 방식으로 시작했다고 덧붙인다.
여기 실용적인 통찰이 하나 더 있다.
소프트웨어가 더 이상 귀할 필요가 없다. 딱 나 한 명을 위한 도구를 주말에 만들 수 있다.
옛 조언은 "네 가려운 데를 긁어라, 그리고 그게 시장이길 바라라"였다. 만드는 데 비용이 컸으니 도박이었다.
새 버전은 이렇다. "네 가려운 데를 긁어라. 긁는 게 거의 공짜니까."
그리고 그중 몇 개는 회사가 된다. 어떻게 아느냐 — 다른 사람들이 빌려 달라고 조르기 시작하면 그거다.
발표자는 이 장을 이렇게 연다. 여기서 물어야 할 가장 중요한 질문이 있고, 답은 정확히 두 개이며, 이 둘을 헷갈리는 것이 자기가 본 모든 에이전트 실패의 원인이라고.
계산이 어디서 일어나야 하는가?
잠재 공간(latent space)은 AI 모델 안쪽을 가리키는 말이다. 모델이 학습한 것들이 녹아 있는 곳이고, 사람으로 치면 "감"에 해당한다.
여기서 해야 할 일:
이런 건 규칙으로 못 적는다. 모델이 알아서 해야 하고, 글 파일(스킬 파일)로 방향만 잡아준다.
결정 공간(deterministic space)은 정해진 대로만 나오는 계산을 말한다. 같은 입력을 넣으면 언제나 같은 답이 나온다. 계산기,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램 코드가 여기다.
여기서 해야 할 일:
발표자가 든 예가 아주 좋다.
"다섯 명을 한 테이블에 앉혀 봐." → 쉽다. 모델이 감으로 해도 된다. 잠재 공간.
"6,000명이 이 행사에서 어느 세션에 갈지 각자 일정을 짜 줘." → 감으로는 절대 안 된다. 반드시 빠뜨리거나 겹친다. 모델이 코드를 짜서 처리해야 한다.
그리고 그는 청중에게 말한다. 지금 여러분이 손에 든 이 행사 일정이 정확히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글 파일이 코드를 호출하는 방식으로. 코드 없이는 불가능했다고.
모델은 사람이 틀리는 자리에서 똑같이 틀린다.
사람도 6,000명 일정을 머릿속으로 짜면 틀린다. 그래서 사람은 표를 만들고 계산기를 쓴다. 모델도 똑같이 하게 만들어야 한다.
해법: 글 파일이 데이터베이스와 스크립트를 불러 쓴다. 감이 필요한 곳은 모델에게, 정확이 필요한 곳은 코드에게.
단순한 원리인데, 실제로 돌아가는 것들은 전부 이 위에 서 있다.
앞서 언급한 그 장면이다. 이번엔 왜 이게 대단한지까지 보자.
5일 전 — "이 강연에 스피노자를 넣자"고 결정.
에이전트가 한 일:
칼 공격, 매수 제안, 책상. 1장에서 읽으며 소름이 돋았다면, 그건 이 하룻밤 작업에서 나온 것이다.
목록의 "세 저자가 서로 어긋나는 지점"이 이 작업의 진짜 값어치다.
한 권만 읽으면 그 저자의 주장을 사실로 받아들이게 된다. 세 권을 읽고 어긋나는 지점을 따로 뽑으면, 어디가 확실하고 어디가 학자들 사이에서도 논쟁 중인지가 드러난다.
사람이 이 일을 하려면 1,500쪽을 다 읽고 기억하고 대조해야 한다. 몇 주짜리 일이다. 그게 하룻밤이 됐다.
발표자는 이 스킬을 컴펜디엄(compendium) 스킬이라 부르고 날마다 쓴다고 한다.
그는 이걸 "딥 리서치의 아주 거대한 버전"이라고 부른다.
차이는 이것이다. 상용 딥 리서치는 모두에게 같은 것을 준다. 컴펜디엄 스킬은 내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아는 상태로 판다. 그래서 "말하기 좋은 순간 열 개 + 전달 요령" 같은 게 나온다.
이 대목이 위로가 된다.
발표자의 도서관은 22만 쪽에서 시작하지 않았다. 폴더 하나였다. 같이 일하는 회사들과 자주 메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글 몇 장.
도서관이 커진 방식은 커지는 모든 것과 같다. 날마다 조금씩, 정리는 에이전트가.
창고부터 짓는 사람은 없다. 선반 하나부터 만든다.
실행 방법으로 넘어가기 전에 그는 정직한 단서를 하나 단다. 나중에 딴소리하지 말라는 것이다.
아무도 관리하지 않는 브레인은 검색이 잘되는 쓰레기장이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발표자가 꼽는 세 가지다. 이게 실무의 핵심이다.
1. 출처를 붙인다 (provenance) 모든 사실에 "이건 어디서 온 것인가"를 같이 적는다. 나중에 의심스러우면 원본으로 돌아갈 수 있다.
2. 모순을 검사한다 새 정보가 들어왔을 때 기존 것과 부딪히면 표시한다. 덮어쓰지 않는다. 7장의 스킬 파일 예시에 이 규칙이 들어 있던 것을 기억하는가. 그게 여기서 나온 것이다.
왜 덮어쓰면 안 되나. 새것이 항상 맞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부딪혔다는 사실 자체가 정보다.
3. 쳐내는 것이 본업인 사서를 둔다 쌓기만 하면 안 된다. 낡은 것, 틀린 것, 중복된 것을 덜어내는 일을 따로 돌려야 한다.
브레인을 운영 설비처럼 다루면 복리로 불어난다. 쓰레기장처럼 다루면, 아주 자신 있게 틀리는데 아무도 왜 틀렸는지 추적할 수 없는 에이전트가 생긴다.
뒤쪽 문장이 무섭다. 틀리는 것보다 왜 틀렸는지 못 밝히는 것이 더 나쁘다. 고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발표자는 여기서 태세를 바꾼다. 지금까지가 철학과 증거였다면 이제부터는 실행이라고.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앞으로 6분 동안 말하는 걸 그대로 하면, 이 강연을 보고 고개만 끄덕인 99%보다 앞서게 된다.
하네스를 하나 골라서 실제로 켠다. 그는 자기가 쓰는 것을 소개하면서도 이렇게 말한다.
나는 늘 페라리를 권하지만, 솔직히 혼다도 아주 좋다.
코덱스든 클로드 코드든 어느 것이든 이 강연 내용의 99%는 다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페라리가 아닌 쪽의 장점도 짚는다 — 길가에 차 세우고 고치는 일이 적다.
요점은 개념이지, 특정 저장소나 제품이 아니다.
저장소(repository, repo) — 파일과 그 변경 이력을 함께 보관하는 폴더. 프로그래머들이 코드를 두는 곳인데, 이 강연에서는 내 것을 내가 통제한다는 의미로 계속 쓰인다.
거창한 아카이브가 아니다. 폴더 하나.
무엇을 넣나.
그 페이지에 무엇을 쓰나. 내가 실제로 아는 것을 쓴다.
왜 이게 중요한가. 이건 지구상 어떤 모델도 모르는 것이다. 내 머릿속에만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서 봤듯이 내 머리에는 일곱 개밖에 안 들어간다.
발표자가 여기서 한 말이 뼈아프다.
당신은 이미 5년, 10년치 자기 역사 위에 앉아 있다. 받은편지함 어딘가에. 그게 당신의 해자인데 색인도 안 된 채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
그리고 덧붙인다. 이 전체 구조와 당신 사이를 막고 있는 문은 아마 24시간 정도라고.
언제 성공했는지 아는 법: 에이전트가 인터넷이 아니라 내 맥락으로 처음 답했을 때 딸깍하는 느낌이 온다. 그 뒤로는 돌아가지 못한다.
무엇을 고를지는 쉽다.
매주 하는 일 중에 가장 싫은 것.
경비 정산, 회의록, 주간 보고, 경쟁사 조사. 그런 것들이다.
어떻게 쓰나. 평범한 말로 설명한다. 똑똑한 친구가 첫 출근한 날 설명하듯이.
그리고 여기가 중요하다. 틀리게 두어라.
한 번에 완벽하게 쓰려고 하지 않는다. 돌려 보고, 틀리면 고친다. 규칙 하나, 예외 하나, "아 그리고 이것도" 하나가 나올 때마다 그 페이지에 덧붙인다.
이게 왜 좋은 방법인가. 내가 그 일을 어떻게 하는지 나도 다 모르기 때문이다. 머릿속에 있는 예외 규칙들은 실제로 부딪혀 봐야 튀어나온다. 처음부터 다 적으려는 건 불가능한 일을 하려는 것이다.
다 되면 그 페이지가 직원 한 명이다. 돌려라.
방금 만든 스킬을 시간에 맞춰 자동으로 돌게 만든다. "매일 아침 7시에 이걸", "매주 금요일에 저걸".
왜 이 단계가 따로 있나. 발표자의 말이 이렇다.
자는 동안 끝나 있는 일을 처음 본 날, 머릿속에서 뭔가 영구히 바뀐다.
그날부터 하루가 더 이상 일의 단위가 아니게 된다. 일의 단위는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것이 되고, 그건 내 목표가 정한다.
발표자는 이 단계가 꾸준히 쌓는 사람과 깨작거리는 사람을 가르는 규율이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하는 일: 에이전트로 뭘 한 번 하고, 창을 닫는다. 맥락은 버려진다. 다음에 비슷한 일이 오면 처음부터 다시 설명한다.
대신 이렇게 한다. 작업이 끝날 때마다 에이전트에게 시킨다.
방금 한 걸 스킬로 만들어.
다시 쓸 수 있는 글 파일로 바꿔 놓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YC에서 늘 하는 말을 인용한다.
두 번 부탁해야 했다면, 실패한 것이다.
배운 것을 붙잡는 사람은 날마다 똑똑해진다. 아침마다 기억을 잃고 일어나는 사람은 시간을 버리는 것이다.
마지막 한 줄이 이 장 전체의 요점이다.
진짜 기억으로 바꾸지 못하면, 모델이 아무리 좋아져도 상관없다.
다섯 단계를 하면 앞으로 90일이 어떻게 흘러갈지 발표자가 미리 말해 준다. 이 예고편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가 크다.
여기서 대부분이 "역시 과장이었네" 하고 그만둔다.
마지막 줄이 핵심이다. 성공이 다음 성공을 부르는 지점이다.
발표자는 이게 복리로 불어나는 모든 것과 같은 곡선이라고 말한다.
평평하고, 평평하고, 평평하다가, 갑자기 아니다.
복리의 특징이 이것이다. 초반에는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 것처럼 보인다. 눈에 보이는 변화가 없다. 그래서 사람들이 포기한다.
이걸 시도한 사람 대부분은 2주차에 그만둔다. 바로 그것 때문에 안 그만둔 사람은 12주차에 반칙하는 기분이 든다.
논리가 정확하다. 남들이 다 2주차에 나가떨어지기 때문에, 12주를 버틴 소수가 압도적으로 앞서 있게 되는 것이다.
이 강연에서 가장 실용적인 한 문단을 꼽으라면 여기다. 1주차에 실망하는 것은 실패가 아니라 예정된 일정이다.
발표자가 말한다. 이제 재미없는 부분을 말해야겠다고. 지금까지 가르친 것이 양쪽으로 다 잘 든다고.
4장에서 잡아 두라고 했던 것을 꺼낼 차례다. 슬픔 — 행위력이 줄어드는 느낌.
먼저 관점을 바꿔야 한다.
스킬 파일은 서류가 아니라 인지(認知)의 조각이다.
내가 그 일을 어떻게 하는지를 머리에서 꺼내, 글로 적어, 실행할 수 있게 만든 것. 다시 말해 당신을 밖으로 꺼낸 것이다.
이게 무슨 뜻인지 마야 이야기로 보자.
가상의 인물이다. 지원 엔지니어로 일한다. 고객이 문제를 겪으면 해결해 주는 사람이다.
2년에 걸쳐 마야는 에이전트에게 스킬 40개를 가르쳤다.
파일 40개다. 그런데 이건 파일이 아니다. 마야의 판단력이다. 2년 걸려 만든 것이 디스크 위에 놓여 있는 것이다.
마야가 이직한다. 파일이 따라간다.
새 회사 첫날부터 몇 년치 쌓인 판단력이 켜진 상태로 일한다. 일하는 해마다 복리로 불어난다.
이게 소유다.
그리고 발표자가 한마디 덧붙인다. 마야가 이걸로 회사를 차리고 싶다면, 차릴 수 있다. 그게 마야의 전문성이니까. 요즘은 스타트업 자체가 글 파일 뭉치인 경우가 많다고.
회사의 IT 정책 아래 놓여 있다.
마야가 퇴사한다. 빈손으로 나간다.
회사는 마야 없이 마야의 판단력을 계속 돌린다. 파일 40개가 영원히 실행된다. 그리고 변경 기록 어디에도 마야의 이름은 없다.
발표자의 표현이 서늘하다.
그건 경력이 아니었다. 채굴이었다.
같은 파일. 같은 마야. 같은 2년.
다른 것은 누가 통제하느냐 하나뿐이다.
발표자는 이걸 내일 그대로 옮길 수 있게 말하라고 하면서 못 박는다.
스킬 파일은 당신 것이다. 당신의 스킬을 소유하라. 그러지 않으면, 당신의 직업이 스킬 파일이 된다.
역사 대비가 이 장을 완성한다.
장인은 자기 연장을 소유했다. 그래서 자유로웠다. 대장장이는 망치를 들고 다른 마을로 갈 수 있었다.
공장이 그걸 깼다. 베틀은 방직공장 것이었다. 직조공은 이제 베틀 없이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공장을 떠나면 기술이 있어도 쓸 데가 없다.
지식 노동자는 자기가 안전하다고 여겼다. 우리 연장은 머릿속에 있으니 아무도 압수할 수 없다고.
스킬 파일이 그것을 끝냈다. 역사상 처음으로 당신의 인지가 추출되고, 저장되고, 버전 관리되고, 소유될 수 있다. 남은 질문은 하나다. 누가 소유하는가.
1장의 그 제안을 기억하는가. 입 다물고 가끔 얼굴 비추면 연 1,000길더.
발표자는 그 제안이 사라진 게 아니라 이름만 바뀌었다고 말한다.
내 판단력이 남의 저장소에 쌓이는 모든 편안한 계약이 그것이다.
이 대목의 짜임새가 훌륭하다.
1673년, 하이델베르크 대학이 그 저주받은 이단자에게 정교수직을 제안했다. 월급, 사회적 인정, 학문의 자리. 그리고 "철학할 자유"를 주겠다고 했다.
단, 확립된 종교를 어지럽히지 않는 한.
스피노자의 답은 이랬다. 그 자유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모르겠다고.
발표자는 이걸 이렇게 옮긴다.
그는 약관을 읽고, 인수를 거절했다.
스피노자에게는 이걸 부르는 말이 있었다. "자기 자신의 힘 아래(under your own power)" — 남의 힘 아래가 아니라.
발표자의 결론이다.
당신의 행위력은 어느 쪽이든 존재한다. 1673년에도, 2026년에도 정치적 질문은 하나다. 누가 그것을 지휘하는가.
그리고 강연 전체를 한 문장으로 압축한다.
개인 AGI는 에이전트의 시대에 자기 자신의 힘 아래 남는 방법이다.
실천 지침은 간단하다. 첫날부터 내 브레인과 내 스킬을 내가 통제하는 저장소에 둔다. 어떤 플랫폼이나 인수자가 그것에 대해 의견을 갖기 전에.
스피노자가 죽고 방을 정리했을 때 나온 것 — 바지 두 벌, 셔츠 일곱 벌, 렌즈 선반, 책 160권, 그리고 책상에 잠긴 원고.
그는 가진 게 거의 없었다. 그리고 아무도 그의 스킬 파일을 통제하지 못했다. 책상 서랍이 그의 저장소였다. 당신 것도 그렇게 소유하라.
발표자는 청중석에서 올라올 반박이 들린다며 직접 셋을 꺼내 답한다. 이 장이 강연에서 가장 논리적으로 촘촘하다.
주장: 다음 버전을 기다리면 이 복잡한 장치들은 다 쓸모없어진다. 모델이 알아서 다 할 텐데 뭐 하러 도서관을 짓나.
이건 "쓰라린 교훈(bitter lesson)" 진영의 논리다.
발표자는 이 진영을 좋아한다고 먼저 말한다. 그리고 반박한다.
답: 새 모델이 나올 때마다 실제로 벌어지는 일을 보라. 모델이 좋아질수록 차별점은 오히려 맥락 쪽으로 옮겨간다.
비유가 명쾌하다.
모두의 엔진이 1,000마력이면, 승부는 운전자와 지도에서 난다.
가중치는 모두의 것이다. 도서관은 내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인 뒤집기가 여기다.
좋은 모델이 나올수록 내 도서관의 값이 오른다. 더 똑똑한 독자는 같은 책에서 더 많이 뽑아내기 때문이다.
논리가 완전히 뒤집혔다. 모델 발전이 내 자산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게 아니라, 내가 이미 소유한 인력에 대한 공짜 업그레이드가 되는 것이다.
RAG(Retrieval-Augmented Generation, 검색 증강 생성) — AI가 답하기 전에 먼저 관련 문서를 찾아와서(검색) 그걸 보고 답하게 하는 기법이다. 이미 널리 쓰이는 흔한 방법이라, "그거 새로울 것 없다"는 뜻으로 던지는 반론이다.
답이 아주 좋다.
그렇다. 그리고 포스트그레스도 그냥 B-트리다.
무슨 말인가. 포스트그레스의 밑바탕은 확실히 B-트리다. 그런데 아무도 "포스트그레스는 그냥 B-트리"라고 말하지 않는다. 진짜 어려운 일은 그 위에 쌓인 나머지 전부이기 때문이다.
같은 논리로, 검색은 원재료지 제품이 아니다. 어려운 건 주변 전부다.
한 문장으로 정리된다.
검색은 쉽다. 검색당할 값어치가 있는 상태가 되는 것이 제품이다.
메일, 회의, 아이들 일정까지 한 시스템에 넣는다. 그게 유출되면?
발표자는 이 반론이 가장 존중받을 만하다고 먼저 인정한다.
답은 강연 전체의 답과 같다. 바로 그래서 내 것이어야 한다.
그의 브레인은 자기 인프라에서, 자기 저장소에서, 자기 열쇠로 돌아간다.
그리고 기본값과 비교해 보라고 한다.
기본값은 프라이버시가 아니다. 기본값은 당신 인생이 이미 열 개쯤 되는 클라우드에 흩어져 있고, 그 회사들의 이해관계는 당신과 다르며, 당신만 빼고 다 검색할 수 있는 상태다.
이 뒤집기가 좋다. "한곳에 모으면 위험하다"는 말은 흩어져 있으면 안전하다는 전제 위에 서 있는데, 그 전제가 틀렸다는 것이다. 흩어져 있는 지금이 이미 위험한 상태다.
나는 맥락을 한데 모아서 위험을 만든 게 아니다. 보관 권한을 되찾은 것이다. 보관 권한이 곧 보안 모델이다.
마지막 한 방.
열쇠를 쥘 만큼 자신을 못 믿겠다면, 그 답이 남의 약관을 더 믿는 것일 리는 없다.
발표자는 하네스, 브레인 구조, 스킬 — 개인용 운영체계 전부를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사람들이 "무슨 꿍꿍이가 있냐"고 묻는단다.
첫 번째 답: 그럴 수 있으니까. YC에 있다는 건 자기 인프라로 돈을 벌 필요가 없다는 뜻이라고.
그런데 그는 이게 틀린 질문의 답이라고 말한다. 진짜 질문은 "왜 그래도 되나"가 아니라 "왜 그래야 하나"다.
힘 있는 자의 연장은 나눠 줘야 한다.
그리고 역사를 훑는다. 시대마다 소수만 가진 지렛대 기술이 하나씩 있었다.
그리고 지금 상황을 이렇게 묘사한다.
그걸 가진 사람들은 조용히 다른 규모로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격차는 매달 벌어진다.
그만큼 강력한 것이 사적으로 남으면 사제 계급이 생긴다. 나눠 주면 르네상스가 온다.
그는 어느 쪽에 살고 싶은지 안다고 말한다.
건물을 열어놓고 만들면 무슨 일이 생기는지, 스피노자 이야기의 마지막 장이 예고한다.
1676년 11월. 라이프니츠가 헤이그로 찾아온다.
비단 스타킹을 신고, 짐 속에 계산기를 넣고, 대륙에서 가장 미움받는 남자와 다락방에서 사흘을 보낸다.
그리고 그다음 40년 동안 그 일에 대해 거짓말을 한다.
공식적으로는 "지나가다 몇 시간 들렀다"고 했다. 그런데 사적인 노트는 스피노자에 대한 강박적인 논평으로 가득했다.
그가 "내 코드는 이제 대부분 에이전트가 쓴다"고 말하면 점심때쯤 조롱이 도착한다. 그런데 가장 크게 비웃는 사람들이 실제로 무엇을 내놓고 있는지 보면, 전부 에이전트로 만든 것이다.
먼저 인용하며 비웃고, 그다음 베낀다. 조롱은 채택 곡선이 스스로를 알리는 소리다.
강연에서 가장 마음에 남는 대목이다.
발표자의 친구에게 희귀한 형태의 뇌전증(간질)을 앓는 아들이 있다.
연구실도, 연구비도, 누구의 허가도 없었다. 그는 그냥 했다.
마크다운 8만 개짜리 저장소를 만들었다. 한 어린 아이를 위한 브레인이다.
색인을 걸고 서로 연결해 두었다. 그래서 새로 만난 의사가 어떤 아이디어를 냈을 때, 그게 이미 시도된 것인지 몇 분 만에 안다.
그리고 그는 아들의 정확한 병증에 대해 인류가 아는 것의 맨 끝까지 자기를 밀어붙였다.
아버지 한 명, 노트북 한 대, 도서관 하나. 그게 개인 AGI다. 벤치마크도 데모도 아니다.
이 강연에서 설명한 구조 전부 — 도서관, 사서, 알맞은 순간에 펼쳐지는 알맞은 세 권 — 가 한 남자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단 하나를 향해 겨눠진 것이다.
아무도 그걸 대신 만들어 주러 오지 않았다. 그래서 그가 만들었다. 그리고 아무도 당신 것을 만들어 주러 오지 않는다. 그게 좋은 소식이다.
이 문단이 강연의 논리적 결론이다.
팀, 자금, 허가, 자격증. 당신이 필요하다고 들어온 그 모든 것은 한 사람이 머리에 일곱 개밖에 담지 못하고 하루 16시간밖에 못 일한다는 사실을 우회하려던 장치였다.
그 사실이 방금 만료됐다.
6장에서 배운 "7 ± 2"가 여기서 회수된다. 모든 제도가 그 한계의 보철이었다면, 한계가 사라진 지금 제도들도 근거를 잃는다.
당신은 이제 날 수 있다. 비유가 아니라 기계적으로.
"이 사람만 있으면 되는데 못 구한다"고 생각했던 모든 자리. 읽기엔 너무 큰 모든 자료 더미. 정리하기엔 너무 지저분한 모든 데이터. 끓이지 말라고 들었던 모든 바다.
이제 바다를 끓일 수 있다.
다 지어낸 것이다. 그런데 이제 당신이 지어낼 수 있다.
1656년에 스물세 살 청년에게 저주를 읽은 그 기구를 포함해서, 세상의 모든 제도는 당신보다 똑똑할 것 없는 사람들이 지어낸 것이다.
이전 세대 창업자들과 당신의 차이는 이것이다. 그들은 뭔가를 만들기 전에 믿어줄 사람 수십 명을 먼저 모아야 했다.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노트북 한 대와, 이미 깔고 앉아 있는 몇 년치 자기 역사다.
행사장에 약 7,000명이 있었다. 발표자는 그걸 7,000개의 코나투스, 7,000개의 계속하려는 힘이라고 부른다.
역사상 대부분의 기간 동안, 그 힘의 거의 전부는 청중을 만나지 못했다. 자금을 기다리다, 인원을 기다리다, 허가를 기다리다, 누군가 먼저 믿어주기를 기다리다 죽었다.
그리고 오늘 밤 보여준 기계는, 그가 본 것 중 그 힘을 곧장 일로 보내주는 첫 번째 기술이다. 한 사람, 중개인 없이, 허가 없이.
스피노자는 『에티카』를 — 책상에 담겨 몰래 실려 나가야 했던 그 책을 — 아홉 단어로 닫았다.
모든 훌륭한 것은 드문 만큼 어렵다.
발표자의 마지막 두 줄이다.
어려움은 방금 무너졌다. 드묾은 이제 당신 몫이다.
이제 다 읽었으니 한자리에 모아 둔다. 처음 볼 때는 어려웠던 것들이다.
| 말 | 뜻 | 어디서 |
|---|---|---|
| 에이전트 | 답하지 않고 행동하는 AI. 여러 단계를 혼자 밟는다 | 0-1 |
| 토큰 | AI가 글을 세는 단위. 짧은 단어 하나쯤 | 0-2 |
| 컨텍스트 윈도우 | AI가 한 번에 펼칠 수 있는 양 = 책상 크기. 요즘 약 1,000쪽 | 0-2 |
| 마크다운 | 기호 몇 개 붙인 평범한 글. 코드가 아니다 | 0-3 |
| 코나투스 | 계속하려는 힘. 행위력을 넓히려는 충동 | 1장 |
| 기쁨 / 슬픔 | 행위력이 커지는 / 작아지는 느낌 (스피노자의 정의) | 1장 |
| AGI | 사람이 하는 지적인 일을 전부 하는 AI | 2장 |
| 개인 AGI | 모두를 위한 게 아니라 한 사람을 위한 그것 | 3장 |
| 상관 vs 인과 | 같이 움직인다 vs 하나가 다른 하나를 일으켰다 | 4장 |
| 프런티어 모델 | 그때그때 가장 앞선 AI 모델. 빌리는 것 | 5장 |
| 하네스 | 모델과 내 자료·도구를 잇는 껍데기 | 5장 |
| 7 ± 2 | 사람이 한 번에 머리에 담는 개수 | 6장 |
| 도서관 + 사서 | 자료 더미 + 어느 자료를 꺼낼지 정하는 장치 | 6장 |
| 스킬 파일 | 일하는 방법을 적은 글 한 쪽 = 직원 한 명 | 7장 |
| 똑똑한 인턴 테스트 | 인턴이 읽고 따라 할 수 있으면 에이전트도 된다 | 7장 |
| 리졸버 | 들어온 일을 어느 스킬이 처리할지 정하는 조직도 | 7장 |
| 잠재 공간 | 모델 안쪽. 취향·판단이 사는 곳 | 8장 |
| 결정 공간 | 정해진 대로 나오는 계산. 산수·데이터베이스 | 8장 |
| 컴펜디엄 스킬 | 여러 자료를 통째로 읽어 종합본을 만드는 스킬 | 9장 |
| 프로버넌스 | 이 사실이 어디서 왔는지 추적하는 출처 기록 | 10장 |
| 저장소(repo) | 파일과 변경 이력을 함께 보관하는 곳. 내 것을 내가 통제한다 | 11장 |
| 해자 | 남이 따라오지 못하게 막는 것 | 11장 |
| 복리 곡선 | 평평·평평·평평하다가 갑자기 꺾이는 곡선 | 12장 |
| 쓰라린 교훈 | 사람이 규칙 넣는 방식은 계산량에 진다는 AI 격언 | 14장 |
| RAG | 답하기 전에 관련 문서를 찾아와서 보고 답하는 기법 | 14장 |
| 오픈소스 | 소스를 공개해 누구나 쓰고 고칠 수 있게 하는 것 | 15장 |
400배, 최소 8배, W25 배치의 95%, Emergent와 Retail의 매출 — 전부 발표자가 무대에서 말한 값이다. 제3자가 검증한 값이 아니다.
그가 스스로 상관과 인과를 구분해 말한 점은 좋지만, 숫자 자체의 출처는 그 사람뿐이다.
이 글은 유튜브가 기계로 만든 자막에서 나왔다. 기계는 처음 듣는 이름을 소리 나는 대로 적는다. 그래서 아래는 원본 확인이 필요하다.
| 자막에 찍힌 것 | 아마도 |
|---|---|
| Baroo Spinosza / Spinosa / Spininoza | 바뤼흐 스피노자 (Baruch Spinoza) |
| Canadus | 코나투스 (conatus) |
| Vanavar Bush / MEMX | 버니바 부시 (Vannevar Bush) / 메멕스 (Memex) |
| Gotfrieded Leenes | 고트프리트 라이프니츠 (Leibniz) |
| Gbrain / GStack / openclaw / Hermes agent | 도구 이름들. 철자가 확실치 않다 |
| 123,000 stars, Emergent, Retail | 숫자와 회사명 확인 필요 |
특히 발표자가 쓴다고 말한 도구 이름들은 그대로 검색하면 안 나올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이 정리에서는 도구 이름을 최대한 빼고 개념만 남겼다. 발표자 본인도 "요점은 개념이지 특정 제품이 아니다"라고 말했으니, 그 편이 원래 뜻에도 맞는다.
자막 근거로 확실한 것은 "현 YC 대표, 2013년 YC 파트너로 Bookface를 만듦"까지다. 그 이상은 이 자막만으로는 확정할 수 없다.
이 영상의 한국어 자막은 영어를 기계가 번역한 것이다. 실제로 나온 오역 하나를 보이면, "50단어로 답하라 → 25단어로 답했다"가 "25번에서 이렇게 답했습니다"로 깨져 있었다. 숫자가 개수에서 순번으로 뒤바뀐 것이다.
그래서 이 글은 전부 영어 자막을 근거로 했다.